7월 1일은 캐나다데이, 건국기념일/공휴일이다.
운이 좋게도 이날은 마침 월요일이라서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꿀 같은 롱위캔드 (Long weekend)를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원래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 데이트하는 뤼니와 나는 월요일에 쉬면 되니까 6월 30일 일요일에도 만나서 놀기로 했다.
// 전날 6월 29일 토요일 이야기 보러 가기
사실 "만나서 놀자"라고만 서로 말했지, 막상 뤼니와 나는 어디로 놀러 갈지 생각이 도통 나질 않았었다. 고민을 좀 하던 우리는,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블루마운틴 빌리지(Blue Mountain Village)로 나들이나 가보자고 서로 의견을 맞추고, 오전 10시쯤, 토론토 도심에서 일단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탔다.
// 블루마운틴 빌리지 위치
그러다 중간에 스타벅스에 들려서 커피를 사고,
수많은 초원과 농장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풍력발전기들도 지나고,
하늘에 있는 오렌지 헬기도 보고,
길게 펼쳐진 길을 2시간가량 가다 보니,
마침내 도착한 블루마운틴. 사실 마운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이 민망한 낮은 산 블루마운틴은 언덕이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겨울에는 스키/스노우보드를 탈 수 있는데 리프트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면 그 위에 일반 지역처럼 찻길이 있고 또 차들이 지나가기 때문에 즉 산이 아닌 그냥 경사 조금 있는 곳으로 봐도 될 거 같다 ㅋㅋㅋㅋ.
우리의 목적지는 블루마운틴 빌리지, 주차한 곳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밖에 안 된다. 더 가까이 빌리지 안쪽으로도 세울 수도 있었지만, 주차장도 좁고 이미 캐나다데이 롱위캔드라 사람 바글바글한 걸 예상해서, 거기서 주차할 곳 어디 없나 힘들게 찾아보느니, 우리는 조금 멀리 여유롭게 주차하고 건강에 좋게 주변 경치나 봐가면서 걷기로 했다.
잠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와서 블루마운틴 빌리지로 가기 전에 새로산 미럴뤼스~ 까뭬라로 (이 포스트 이후 그만 티내야겠다 ㅋㅋ) 인증샷 한번 찍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찰 투더 칵!
사진도 찍으면서 뤼니와 수다 떨며 걷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블루마운틴 빌리지 외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도 좋고 너무 덥지 않아서 우리는 들뜬 마음에 얼른 빌리지 안으로 구경하러 들어갔다.
빌리지 안쪽으로 펼쳐져 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엄마 아빠와 함께 놀러 온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 있고, 조그마한 호수에 보트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리고 보트 타던 사람들을 멀뚱히 쳐다보던 뤼니가 우리도 보트 타볼까라고 물어봤다.
하지만 나는 그늘 없는 땡볕에서 익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냥 눈으로만 즐기자고 했다 (다음에 타자 헤헤).
좀 더 걸어 빌리지 중심부 쪽으로 들어와서,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파는 상점을 구경하고,
별게 다 있는 잡화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빈티지 소품있는 가게에서 인스타갬성을 느끼고,
핫소스 매장에서 신기한 소스를 보다보니,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비버 테일즈 (Beaver Tails)에서 도우에 뉴텔라를 바르고 아이싱을 뿌린 헤이즐 아모르 (Hazel Amour) 사 먹었다. 역시 단거는 Danger하게 맛있다. 하지만 이걸로 배가 찰리가 있나... 뤼니와 나는 이걸 다 먹고 비버 테일즈 건너편에 보이는 푸틴 매장에서 푸틴을 사 먹기로 했다.
얼른 매장앞으로 가서 줄을 서는 뤼니, 나도 푸틴을 좋아하지만 뤼니는 더 좋아한다 ㅎㅎㅎ. 그렇게 푸틴이... 좋니 사랑해숴어~~?
해맑게 미소를 지으면서 핫도그가 엑스트라로 얹힌 푸틴을 사들고 와서는 얼른 먹으라는 뤼니. 그전에 사진 한 장 블로거로서 찍어줘야 한다는 내 말에 뤼니가 친절하게 맛있어 보이게 나오라고 핫도그 하나를 들어 올려줬다.
그렇게 우리는 푸틴을 맛있게 해치우고 빌리지 남은 곳을 소화도 할 겸 더 둘러보고 떠나기로 했다.
오후 4시쯤이었을까, 빌리지를 즐겁게 다 구경하고 떠나려고 하던 그때, 나는 저 멀리 산(언덕)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이길래, 뤼니한테 우리도 올라가 볼까라고 물어봤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보트 때처럼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땀으로 샤워할 일 있냐고 하면서 ㅋㅋㅋ.
차를 타고 블루마운틴 빌리지를 떠나기 전 우리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뭘 할까 고민하던 중, 그냥 즉흥적으로 영화나 한편 보자 하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 영화관에 가서 토이스토리 4를 보고 (포키가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나도 시간 날 때 만들어보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베트남 뽀집에서 (Pho = 월남 국수) 개운한 뽀를 먹고 헤어졌다.
평상시에는 계획을 짜서 했던 데이트, 즉흥적으로 해보니 새롭고 재미있었다.
때로는 계획 없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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