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카메라를 보러 일단 캐나다에서 제일 큰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Best Buy)를 가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리 마음에 드는 카메라가 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우리가 생각한 버짓은 택스까지 다해서 CAD $700~800불 정도였는데. 너무 타이트한 버짓이었나 보다. 카메라들이 죄다 좀 쓸만해 보이는 건 CAD $700불에서 시작했다.
베스트바이 말고 다른 매장도 가보았지만 건질 수 있는 건 없었다. 어느 한 매장에서는 거기서 일하시는 할아버지가 우리의 버짓을 듣고는 말하길, 포토그래피는 비싼 취미이며 우리가 원하는 버짓으로는 좋은 카메라를 사기 힘들다고 나름 친절하게 또박또박 이름 불러주시면서 설명해주셨다 ㅋㅋㅋㅋㅋ(처음에 우리 이름은 왜 물어보나 했는데 우리가 어려 보여서 그랬는지 약간 훈계해주고 싶으셨나 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당시엔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냥 인터넷으로 더 알아보자고 하고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한동안 친구들과 연락이 뜸했었는데, 마침 일주일 전에 친구 T한테서 연락이 와서는 같이 볼링 치자고 해서 오늘 만나기로 했다. 볼링장 이름은 플래닛 보울 (Planet Bowl), 장소가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웠는데 처음 와본다. 뭐 내가 볼링을 원래 자주 안쳐서 주변 볼링장에 가 볼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당연하다.
볼링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사람이 엄청 없었다. 이유가 궁금해서 나중에 T한테 물어봤더니 T가 말하길 겨울에는 사람이 많은데 여름이라 다들 나가서 그럴 것이라고 했다.
볼링장 안에는 조그마한 게임장도 있는데, 뤼니가 포켓몬 인형이 가지고 싶었나 본지, 유심히 인형 뽑기 안을 쳐다봤다.
볼링장 안을 둘러보고 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비장한 표정으로 T가 볼링장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저 캐리어는 뭐지? 알고 보니 볼링공 그리고 볼링화 캐리어였다. 맙소사, 프로인가 보다. 엄청난 포스가 느껴져왔다.
뤼니와 나는 볼링화를 렌트하고 자리에 와서 준비하려고 하는데 T는 열심히 자기가 가져온 볼링공을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T가 가지고온 볼링공들이다. 색이 너무 이뻤다. 볼링공 하나하나 가격이 꾀 높지만 (CAD $150~300불 정도) 그만큼 하우스공들과 차이가 있나보다. 어쨋든 T가 볼링공을 다 닦고, 게임은 시작됐다!
T는 볼링을 그동안 쳐와서 그런지 자세도 멋지고 실력도 대단했다. 볼링을 칠때마다 볼링공에 스핀을 넣어서 공이 일직선으로 가지 않고, 마치 야구 커브볼처럼 돌면서 핀을 맞추는 게 봐도 봐도 신기했다. T는 프로다! 멋진 자식, 리스펙트다!
뤼니는 아마추어다. 자세를 잡기에는 민망했는지 소심하게 볼링을 쳤다. 가끔은 성의 없게 치는 것처럼 보였다 ㅋㅋㅋ. 그래도 아주 즐거워했다.
같은 아마추어지만 질 수야 없지, 나는 스핀 그런 거 모르겠고 스트레이트다! 남자는 스트레이트, 파워 스트레이이이이이이~트! 보아라, 저 터질듯한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 내 몸은 볼링을 치라고 만들어진 몸이다.
그렇게 우리는 즐겁게 볼링을 쳤고. 마지막 6번째 게임에는 뤼니와 내가 핸디캡으로 각자 점수 35, 30씩 받고, 내기로 게임비를 걸고 치열하게 볼링을 쳤다. 결과는 내가 1등, T가 2등, 그리고 뤼니가 3등을 하여, 뤼니가 게임비 약 CAD $100불을 내게 됐다. 2등을 한 T는 스타벅스 커피를 사면서 하루가 끝나갔다. 원래는 사실 T가 이길 수 있었는데, 내가 운이 순전히 좋았다. 마지막에 스트라이크를 연속 2번 치기도 하고...
카페에서 수다 좀 떨다가 커피를 다 마시고, T와 헤어지고, 뤼니와 나는 단둘이 우리 집 주변 공원에서 바깥공기도 쐴 겸 산책을 하다 빠이빠이 하기로 했다. 같이 볼링 치자고 한 T에게 참 고맙다. 덕분에 오늘은 정말 재밌는 하루였다!
// 관련 이야기
괜찮아 뤼니야, 다음에 치게 되면 내가 질 수도 있잖아?
헤헤헤...으하하핳ㅎ핳하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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