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 지음, 이강훈 그림)를 읽으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와 한국에 뭔 놈의 괴물이 이렇게나 많아'였다. 총 282종의 한국 괴물들을 다룬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 괴물을 담은 백과사전이다. 일반적인 백과사전 같지만 특별한 점은, 이 책에서 다루는 괴물들은 18세기 이전에 한국에서 실제로 옛날에 사람들이 보았거나 혹은 존재한다고 믿었던 괴물들이 기록된 문헌을 작가가 직접 참고하여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이다.
책에 서문을 보면 곽재식 작가는 수많은 미디어에 나오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나온 괴물들이 아닌 원전이 분명한 괴물 이야기를 찾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자료들을 모으는 것에 빠지다 보니 어느새 올해로 11년째가 되었다고 한다.
즉, 이 책으로 "어릴 때 동화에서 본 이상한 괴물 이야기나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전설에 나온 이야깃거리를 적당히 떠올려 늘어놓은 것" (곽재식, <한국 괴물 백과>, 서문, 2019, 15p)이 아닌, 왜곡되지 않고 실제로 기록되었던 괴물들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에 큰 장점인 거 같다.
나는 약 2주 전에 책을 구해서 보게 되었는데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글을 느리게 읽고, 600장 이상의 어마어마한 페이지 수와 스토리로 다루어진 책이 아닌 백과사전이다 보니, 아무래도 책을 날 잡아서 다 읽기보다는 시간 날 때 조금씩 보는 재미로 읽어서 그렇다.
자, 잡담은 여기서 접어두고 리뷰에 맞게 책 내용이 어떤지 한번 봐보자.
책 내용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당연하게도 책의 모든 내용은 다 보여줄 수 없으니 내 생일 2월 22일에서 숫자를 따와 222페이지를 펼쳐봤다. 순수해 보이는 한 '인어공주'스러운 여성 괴물이 나왔고 이름은 비유설백(肥腴雪白)이다. 느낌있는 괴물 그림과 함께 우측에 <어우야담>에 기록되었던 괴물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위 이미지를 클릭해서 참조).
처음에 책을 보면서 왼쪽 상단에 있는 테이블을 이해하는데 나는 조금 애먹었었다. 정말 간단하게 되어있지만 정확하게 뭐가 뭔지 표시가 안 되어있다 보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책을 계속 읽어보고 나서 드디어 어떻게 보는 건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처럼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위 이미지와 같이 책 구조를 간단하게 만들어봤다 (다음 인쇄 땐 정식으로 '책을 보는 방법'이 추가되면 좋을 거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설명과 함께 종종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게끔 지은이의 상상이 받쳐진 의견도 나오는데 이 부분이 참 유용한 거 같고 마음에 든다 (위 이미지에서 7번 참조).
다음은 무작위로 페이지를 한번 넘겨봤다. 490페이지에 소개되는 괴물, 취생(臭眚)이다. 순간 나는 이 괴물을 보고나서 문득 스토리가 떠올랐다.
옛날 옛날에 한마을에서 어떤 남자가 집에서 누워서 쉬고 있었는데, 방귀가 마려워 참지 못하고 결국 뀌게 되었데. 그런데 그 방귀는 일반 방귀와 달리 색이 거뭇하게 보이더니 점점 커지면서 괴물로 변해가지고 심한 악취로 방귀 뀐 남자를 죽이고, 주변 마을 사람들도 공격하기 시작했데. 그러다 멀리 있는 어떤 사람이 냄새가 너무 구려서 소개팅 가는 자신에게 그 악취가 밸까 봐 향수를 몸에다가 뿌려데고 약속 장소에 갔데. 그래서 그 향수가 주변으로 퍼지고 너무 향기로운 나머지, 방귀 괴물은 그 향수 냄새에 저항하지 못하고 점점 약해져서 공중분해가 되었데...
[움짤 출처 : GIPHY]
핵폭탄급으로 창의적인데?
어찌 되었든 간에 앞서 설명했듯이, 이 책은 스토리로 구성된 책이 아닌 괴물 리스트와 설명이 있는 백과사전이라서 리뷰를 생각보다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었다. 곽재식 작가의 <한국 괴물 백과>는 앞으로 두구 두구 보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써 참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불어 심플하면서 멋스러운 이강훈 일러스트레이터의 괴물 그림은 그 존재만으로도 글과 시너지를 일으켜 보는 재미를 더 주는 거 같다.
그럼 게임이나 영화, 그림 혹은 그저 괴물이나 미스터리물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꼭 한번 <한국 괴물 백과>를 체크해보길 바라며 이만 여기서 리뷰를 마치겠다.
// 참 <한국 괴물 백과>를 구매하면서 교보문고에서 받은 이벤트 상품인 코리아몬스터 트럼프카드도 기회가 될때 포스팅 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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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괴물이 오늘 꿈에 나와서 해코지를 하질 않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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