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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존버탔다

유 & 유

나에겐 3살 차이 나는 형이 있다.


우리는 싸우지 않고 서로 잘 지내는 형제다. 보통 친구들이나 남들의 형제 사이를 들으면, 별로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않는 거 같다. 싸움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싸웠더라면 아주 옛날에 초중딩이었을때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안됐을 거다.. 물론 그렇게 큰 싸움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 우리 관계가 참 좋고, 또한 서로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50대 아저씨가 되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꾸준히 연락해가면서 서로 삶을 얘기하는 그런 좋은 관계가 유지되면 좋을 거 같다.

더 추가하자면, 아마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 형이랑 캐나다에서 살아온 게 10년 이상 되어서 그런지, 브로맨스가 더 두터워진 게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니 나는 동생으로서 형한테 받은 게 참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고딩 때 나는 개인 튜터도 있었지만, 수학이든 화학시험이든 뭔가 있으면 항상 먼저 해왔던 형이 도움을 줄 수 있었고, 영어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형이 그래머 체크도 해줘서 다행히도 내 성적이 바닥을 치지 않을 수 있었다. 어쩌면 동생으로서 형한테 도움을 받는 건 별일 아니고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수고스러운 형한테 정말 고맙다. 나 같았으면 개 귀찮았을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감동이다.

하지만 그런 고맙고 든든한 형에게 나는 형님이라고 부르기는커녕,
형이라고 잘 부르지 않고 유(You)라고 부른다.


내가 형한테 유라고 부르기 시작한 계기는, 아마 옛날에 초딩 때 가족여행으로 미국에 있는 친척 집에 방문하러 갔을 때였을 거다. 하루는 서로 장난치면서 놀다가 형이 나를 약 올리는 상황이 있었는데 내가 짜증 나고 분해서 형한테 까불려고 했었지만, 차마 반말이나 욕은 할 수 없었기에 영어권에서 쓰이는 'You' 즉 '너'라고 불러서 까불게 되었던 게 시발점이 된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때 당시 미국(영어권)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나이 상관없이 You라고 부르니까 나는 나름 머리를 굴려서 그랬던 거 같다. 나 좀 똑똑한 듯? ㅋㅋㅋㅋㅋ

 

그렇게 유라고 깐죽대는 내 모습이 아니꼬웠는지, 형도 반말인 듯 아닌듯한 나의 You 시전에 약 올라서 나한테도 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유 부름은 나날이 잦아지고 어느새 우리는 서로한테 유가 되었던 거다. 뭐 아무렴 어떤가, 지금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엄마 아빠 그리고 서로의 여친들도 익숙한데 말이다 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도 유라고 서로 부르지 아닐까싶다.

 

유 올 때 맥주 사와

유 나는 잔다

유는 나갔어?

유는 뭐해?

유가 빨래 좀 해놔.

 

형과의 카톡 대화창
한국으로 여행 간 형과의 카톡

 

 

 

유야 남은 하반기 잘 지내고 파이팅 하자!

 

 

 


지노진호 생각 블로그 이미지 서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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