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은 뤼니와 데이트하는 날이다.
서로 직장인이기도 하고, 사는 곳이 차로 40분 거리다 보니, 남들이 하는 평일에 퇴근 후 잠깐 보고 헤어지는 그런 낭만적인 것을 하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그 이유인즉슨, 5시에 칼퇴를 하더래도 퇴근시간 러시아워 때문에 교통이 엄청 막혀 서로 사는 곳이 말이 40분 거리지, 사실 1시간 반 걸려 6시 반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면 얼마 못 놀다 집에 늦게 도착하게 될 테고, 다음날 피곤하게 출근해야 할 텐데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진이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토요일에 본다. 일요일은 각자 쉬는 날이다. 이런 제길슨, 너무 계산적인가... 하지만 사실, 거리와 교통문제는 가끔 만난다면야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더 큰 원인은 나한테서 있다.
나는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즉, 나는 집돌이다.
자기 개발을 하든, 영화/드라마를 보든, 게임을 하든,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걸 매우 좋아한다. 남들 신경 안 쓰고, 편한 옷 입고, 노랠 흥얼거리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자유를 만끽하는 걸 좋아한다. 때문에 뤼니를 사귀기도 훨씬 전,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뤼니에게 소홀하게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1년, 2년, 그리고 사귄 지 5년이 지나면서 뤼니는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뤼니는 여전히 나를 많이 보고 싶어 하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해주고, 자기 욕심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내가 쉬고 싶다 하면 양보해주고, 내가 자기 개발한답시고 뭐라도 한다면 잘해보라고 응원도 해준다.
어느새 더 이상 자기 마음을 내세워 몰아붙이기보다는,
조금은 힘들더래도 나한테 양보하는 뤼니가 되었다.
너무나도 고마운 내 여자친구 뤼니, 무뚝뚝하고 냉정한 내가 뤼니같은 여자를 만나 지금 이렇게 사랑 듬뿍 받아가면서 잘 지내는 걸 보면, '나는 참 행운아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해서 앞으로 다가가려 한다. 그렇다, 나도 이제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평생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거기서 잠깐 멈춰봐, 내가 다가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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